음악가, 음악이야기
예술가에게 사회가 원하는 것은.../박성호
concert1940
2007. 8. 2. 19:27
예술가에게 사회가 진짜 원하는 것은
 ▲ 일러스트·남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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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세대 동안 우리나라 예능 교육의 열풍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엄청난 폭풍이었다. 초등학교의 한 반에서 몇 명의 아이도 아닌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를 파하고 나면 피아노 레슨이다 음악학원이다 하고 다닌 지가 수십 년이 흘렀다.
그 중에서는 그야말로 취미로 악기를 다룰 수 있고 음악적 교양을 가지게 된 이들 말고, 실제로 음악, 특히 연주를 자신의 전공으로 하여 음악대학에 진학하고 결국 음악을 직업으로 하게 된 이들도 엄청난 수에 이른다. 지금 성인이 되었을 그들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기여를 하고 개인적으로 높은 보람을 지니며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사실 한 학생이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 투자된 금액은, 제도권 교육에서 국민의 예술과 교양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요즘에는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레슨비가 여전히 부모의 큰 부담이며, 그 뒤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명목의 비용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물론 여기서 그런 문제로 시비하려는 것은 아니니, 일단 지금은 정말 많이 정화되었다고 얘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고 재능 있는 학생은 공식적인 레슨비만으로도 충분히 음악가가 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지금의 기성 음악인, 즉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의 수많은 음악가 뒤에는 엄청난 재정적 후원이 있었다는 것은 덮을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물론 부모가 넉넉한 분도 적지 않겠지만, 정말 허리가 휘는 노력으로 지원을 한 분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키워낸 자녀들은 국내외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열심히 예술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솔직히 그들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좋은 연주자나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는가? 부모님의 막대한 투자금은 회수하였는가? 매일 같이 올라가는 음악회에서 수많은 음악가의 연주를 볼 때면 만감이 교차할 때가 있다. 그들은 보통 사회인은 아니다. 그들이 예술을 공부하는 동안 부모님은 물론이고 사회도 그들이 가진 특별한 재주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작게는 수업을 빠져도 학교는 그것을 허용하면서 지원하였고, 대회를 나가면 학교도 그것을 마음으로 자랑하였고, 주변과 사회도 그들을 호감으로 밀어주었다.
그런 면에서 그들에게는 다만 성공한 직업인 이상의 의식이 요구된다. 사회인이기 이전에 예술가인 그들은 물질적·사회적 성공뿐만 아니라 건전한 정신과 시각을 갖춘 혜택 받은 계층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에게 돌아갔던 만큼 사회와 민족을 위해 기여하고 있을까? 혹시 사회적·경제적 안정에 안주하며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TV나 신문, 잡지에서 유명한 음악가의 인터뷰를 보면 인기와 대우를 누리는 그들이 과연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가끔 너무나 개인적인 목표와 가족의 평안만을 즐겁게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씁쓸해진다.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재능이 다만 자신과 가정만을 위해 쓰인다면, 한 세대 동안 투자된 나라와 사회의 자산이 너무나 아깝지 아니한가? 박성호/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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