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벗꽃길을 걸으며

concert1940 2008. 5. 19. 08:54
벚꽃 길을 걸으며



여의도 윤 중로 벗 꽃 축제에 다녀왔다. 어제 기상예보에 황사가 심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이 무척 찰 거라는 방송을 듣고 나섰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들으니 황사예보가 해제되었다고 한다.

한강 옆 고수부지의 시원한 초록잔디를 바라보며 문득 우리의 환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실감했다. 왼쪽으로 국회의사당을 끼고 양쪽 벚꽃 길을 걸었다.

벗꽃은 일본의 국화로 알고 있지만, 원래의 원산지는 제주도이다. 특히 산 벚꽃은 일본이 본토의 북방을 제외한 전국에 심어 역사와 전설, 국민의 기호를 중심으로 그네들의 국화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 자산을 자기의 것으로 창출하는 재주가 비상한 그들. 벚꽃은 질 때 주저함 없이 순간적으로 져버리는 성질 때문에 대동아전쟁 이전의 군국주의 이미지를 결부시켜 나라꽃으로 정했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를 좀 먹던 시대, 자신들의 우월성을 벗 꽃을 심어 대두시킨 얄팍한 심성이 엿보여 꽃을 보면서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꽃이 무슨 죄가 있으랴. 자신을 불태우듯 혼신을 다해 만개한 봉우리를 들여다보니 꽃술이 너무 섬세하고 귀엽다. 윤 중로에 향기를 뿜으며 환하게 불을 켜 놓은 벗 꽃, 이 길을 걸으며 누가 고뇌를 말하겠는가. 누가 무슨 탓을 할 수 있는가.

며칠 전 부산 달맞이 언덕엘 올랐다. 이미 벗 꽃은 다 져버렸지만 파란 순이 꽃처럼 피었다. 목련과 벗 꽃은 꽃을 피운 후에 잎을 틔우는 희생나무다. 온 몸을 불태우듯 꽃을 잉태하는 어머니 같은 나무다. 그저 무심히 걷던 달맞이 언덕길에서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꽃이 없는, 잎사귀가 돋아난 나무들이 어머니 모습을 닮아서일까,


벗 꽃을 기쁨과 환희의 상징으로 여기며 나라꽃으로까지 내세우는 일본만 아니더라도 우아하고 귀한 우리의 꽃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인데. 그러나 지금 이대로 벗 꽃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로도 사랑받는 꽃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윤 중로 벗 꽃 길을 친구들과 손잡고 걷는다. 옛날 소꿉친구처럼 호호거리며 재잘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