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섬진강에서/이형권

concert1940 2009. 3. 8. 15:51


봄날 나는
두억시니에 들린 사람처럼
섬진강 어디를 헤매고 있었으니
장구목에서 함허정을 지나 하동포구까지
하염없는 그리움뿐이었다.

情人을 기다리던 여인의 마음처럼
지리산 달빛은 대숲에 스며
긴 밤을 뒤척이고
얼음 풀린 강물에는
서러움뿐이었다.

사라진 옛 주막에 앉아
저녁바람에 실려 온 매화꽃향기를
술잔에 띄우노라면
그리운 것들이 여울져 흐르던
강변 어귀
다시 대숲바람이 몸을 일으켜
어둠 속에 자맥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