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여보 대상 먹었어
concert1940
2010. 3. 1. 18:17
여보, 대상 먹었어
본선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담백한 음식을 준비했다. 조금이라도 요기를 하고 나가게 해야 하기에 신경이 쓰인다. 콩나물국에 나물과 김치면 된다. 고기나 생선은 부담스런 음식이다. 두 아이가 밥 한 그릇씩을 다 비웠다.
오늘은 연주가 공개되었다. 자매가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숨을 죽이고 듣고 있던 청중들은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긴 숨을 들이마신다. 절대로 박수를 쳐서는 안되니까 그런 것 같다. 나는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얼굴을 가리고 두 아이의 연주하는 모습을 가다란 손가락 사이로 바라보았다.
콩쿠르의 결과가 나붙었다. 눈을 비비면서 보고 또 보아도 '대상 허희정'이라고 씌어 있는 게 아닌가. 대상이라니, 지금까지 대상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이번부터 대상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반주상이 있었다면 반주자에게도 상을 주고 싶었다는 심사위원장의 평을 전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남편이 셋째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많은 어머니들도 함께 울고 웃으며,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다.
"여보 대상 먹었어."
나에게 소리치는 남편.
그러면서 약국으로 가더니 우리 딸이 대상을 했어요. "나 00제약 사장이에요."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약국의 약사가 환하게 웃는다.
밝힘증 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