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 남정희
11월 위령의달을 맞으면서부터 가슴이 저며옵니다.
아버님 가신지 30년, 어머님 가신지 10년여 ! 문득 문득 가슴속을 때리고 지나가는 부모님의
은덕의 향기가 저의 마음속엔 너무나 아름답고 그윽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어느 고을의 읍장 따님으로 태어나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내셨던 어머님은 , 선비집안 으로 시집와
그다지 넉넉하진 않으셨지만, 아버님의 많은 사랑 을 받고 사시었습니다.
총독부의(지금의 청와대) 임관 (장차관급) 까지 지내셨던 아버님은 항상 책을 가까이하시며,
당신의 의지와 감정과 생각하는 모든것을 하느님께 맞기고 마음을 다하여 교회를 사랑 하시었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이러한 숭고한 삶에 가빈즉사현처( 집안이 빈곤할땐 어진 아내가 있다 )라는
말을 자주하시며 아버님을 존경하셨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지성에 매료 당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모든 힘든 싸움을 치러낸 고난함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보였습니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늘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품위를 잃지않고 사시었습니다.
이세상 어떤 성취감보다 배움이 으뜸이고, 참으로 깊고 오묘한 진리의맛을 깨달아 늘 공부하고 유독 음악을 사랑하시던 어머니!
머리맡에는 언제나 일본어 카셋트를 틀어 놓으셨지요. 일본 사람들이오면 오히려 노래 가사를 가르처주며 자랑스러워 하시던 모습 ,천국에서도 아버지와 함께 멋진 노래를 부르시진 않는지요? 아버님은 성서도 늘 영어나 일본어로 읽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6남매는 부모님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할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 주말이면 늘 가족 노래자랑을 하던 생각이납니다. 6 남매가 돌아가며 일등상을 주셨던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일등을 못하면 혼자 울던 철없던 생각도납니다.
언젠가 나는 아버님에게 "아버지, 아버지도 연애를 해보신적이 있으세요? 하고 여쭙자 "연애는 젊어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지금도 너의 어머니와 연애를 하고있어 "라고 하시던 말이생각납니다.
또 어머님은 내가 중학교 다닐때 피아노 책을 한권 사주시며 "아버님이 사주신다 xx년 성탄절에 엄마로부터.
라고 쓰신 메모 생각이납니다 .
물론 어머님께서 사셨지만 실상은 아버지께서 사 주신거나 다름 없다는 그 말씀!
나는 가끔 이 아름다운 추억에 미소를 지어 봅니다.:"나는 지금도 너의 어머니와 연애를 하고있어 "라고 하신 아버님은
얼마나 멋있는 분이며, "아버님이 사주신다" 라고 하신 어머님은 아버님보다 얼마나 더 멋있는 분인가!
나는 이두분이 창조하신 사랑 속에서 오늘도 조용히 부모님의 사랑을 되 씹으며 살고있습니다.
오래된 산골 마을을 찾아가면 마을앞 넓은 빈터에 아름드리 정자나무가 서 있는것을 볼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그 느티나무와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그늘에와서 ,자기 인생의 고단함을 쏟아 놓고가고
때로는 방황을 하던 나그네가 찾아와 잠시, 자기의 갈 길을 생각해보곤 훌쩍 떠나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말없이 스스로 서두르지않는 행동으로 그 사람들을 타이르고 깨우쳐 보내곤 하셨습니다.
오래 마을을 떠나 있던 사람이 돌아와, 이제는 없어저 버린 느티나무를 생각하며 아쉬워하듯, 생전에 부모님을 알고
지내온 많은 사람들에게,또한 누구보다도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당신들은 오래도록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되어
우리 발길을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실것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