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물 / 김송배
물 詩 . 8
-허공의 물
김송배
새벽 이슬길을 가다가
풀잎의 잔잔한 웃음을 보았다
온몸 생기 감도는 이파리
--꿈이었다
무작정 먼 길 떠나다가
따가운 태양을 만나면
맞이해야 할 지극히 허무적인 한생
그것은 소멸이 아니었다
온몸 씌워진 허물 모두 허물고
잠시 창공 어디쯤에서 몸 푸는 사랑
비가 되랴 눈이 되랴
꿈속에서만 영롱한 이슬이 되랴
어느 날 문득, 이 지상의 환생.
허공에 물이 떠돈다. 기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슬길에서 생기 넘치는 풀잎 그 위에 맺힌 이승방울은 도무지 예감되지 않는 ‘먼 길을 떠’나고 있다. 우리들 인간의 한 생애와 같다. 어느 날 따가운 태양을 만나 ‘허무’의 진정한 의미를 음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이 아니었다’ 우리의 업(業)을 허물고 ‘잠시 창공 어디쯤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사랑이다. 이승에서 걸머진 고뇌와 갈등들이 영혼의 세계에서 안주하려는 몸부림이다.
그 허공에 잠시 머무는 이슬방울은 ‘허무적인 한생’이 햇볕에서 말라버리는 것은 소멸이 아니고 ‘꿈속에서만 영롱한 이슬’ 그것은 바로 ‘환생’을 예비하는 꿈(기원)이다. 지금처럼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영원을 꿈꾸는 허공에는 아직도 허물어버려야 할 허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것이 또다시 물의 원형인 비나 눈 그리고 이슬로 살아나서 온 대지를 적시는 생명수로 적시기를 염원한다.
★ 언제나 건강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김송배
한국문인협회 사무처장, 시분과 회장, 평생교육원 교수 역임
현, 한국문인협회 수석 부이사장 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