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커피때문에 누리게 된 영원한 생명

concert1940 2009. 8. 4. 08:35

 

 

   
▲사진 고태환

                                              

 

                   [회복과 쇄신]

                 커피 때문에 누리게 된 영원한 생명

 

 

마당에 풀꽃이 한창인 조용한 여름 아침. 텔레비젼에서 방영하는 아침프로그램을 건성으로 보고 있었다. 함께함을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때로 견디며 동참할 뿐 텔레비전이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나 개그 프로그램은 시간만 맞으면 꼭 챙겨보면서, 아내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의 기호나 취향은 한없이 존중해주는 편이다. 나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내가 싫어할 뿐이지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로 노래전문인으로서 그토록 싫어하는 노래방기기를 거실에 완벽하게 설치했다. 세 아이들과 아내는 노래 부르는 일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데 시중 노래방은 분위기나 시설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신곡이 업그레이드되어 추가비용이 드는 반주CD를 사 나르는 심부름은 너무 싫다. 또한 내가 싫어하는 정도 이상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기회만 닿으면 지구촌 곳곳에서 맛좋고 향 좋은 커피를 가져왔었다.

오늘은 바로 그 커피에 관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견해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걸 듣다보니 커피에 관한 나의 생각이 대부분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가 몸에 해롭다고 하는 것은 커피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이라는 자극성분이 빈 위벽을 깎아 내리거나 중독성이 있어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빈속에 마시지 않으면 되고 중독이 될 정도로 많이 마시지 않으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는 신진대사를 도와주므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잘 마셔주면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 결과 몇 개를 소개하면 이렇다.

1. 하와이의 일본인 8,000여명을 상대로 40 여 년간 연구한 결과, 하루 여섯 잔까지 마시는 사람은 파킨슨씨병 발병률이 5분의 1로 낮았다. 카페인이 뇌세포의 어느 부분을 보호하는 것 같다.

2. 하버드 의대의 연구 - 하루 4~5잔 마시면 당뇨에 걸릴 가능성이 30%나 줄어든다.

3. 독일 뭔스터 대학 연구 - 커피에서 대장암을 예방하는 물질 추출.

4. 그리스의 한 연구 - 하루 한 컵 정도로 마시는 사람은 심장병이 적게 발생하는 것 같다.

5. 미국 쟌스홉킨스 병원의 연구 - 1,000명을 30년간 연구한 결과 커피는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장기간 만성적으로 과다하게 커피를 마시면 혈압상승과 관상동맥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듯이, 커피도 너무 많이 마시면 그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담배 속의 니코틴처럼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과 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질환의 발병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가 하루 5잔 이상 마시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고 하니 5잔 이하로 마시면 될 것이다. 또한 커피는 몸 밖으로 배출되는 칼슘의 농도를 증가시켜 골밀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충분한 칼슘섭취는 필수이고, 커피 속의 카페스콜이라는 물질이 혈중 콜레스트롤을 증가시키므로 필터를 이용한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일을 하며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하고 자유로웠던 순간은 그 분야의 전문인으로 인정받을 때였다. 그렇기에 나 또한 타인의 전문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신뢰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앞으로는 열심히 커피를 마시겠지만 하루 5잔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 고태환

어디를 가나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것이 커피였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아니오. 저는 커피는 안 마시는데요. 그냥 물 한 잔이면 됩니다.”
“그러시면 다른 차라도 한 잔 드시지요. 녹차나 둥굴레차는 어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안 마시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수면장애가 있어서 단 한 차례도 깊은 잠을 자본 기억이 없어요. 밤에 자면서도 여러 차례 깨었다 다시 자고, 옆에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깹니다. 심지어 다른 방에서 나는 소리에도 깬다니까요. 아마도 선천적으로 예민한 청각을 지녔나 봐요. 그런 예민함으로 남이 들을 수 없는 소리들, 특별히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것을 소재로 한 많은 음악을 만들 수가 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못 잔 것을 억울해 하지만 않고 잘 받아들이고 있지만 깊이 자보고 싶은 소망은 여전해요. 그래서 카페인 성분 때문에 수면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커피를 안 마셨어요. 그러다 보니 적응이 잘 안되어서인지, 내과의사의 소견은 제 위장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가 잘 안 나온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가끔씩은 자기도취에 빠져, 모두가 잘 마시고 있는 것을 앞에 두고 해서는 안 될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생각을 해 보세요. 남미나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이 커피농사 때문에 고통 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존의 농사를 다 포기하고 모든 땅에 커피를 심습니다. 서방 선진국의 수요가 그것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죽도록 일해서 알커피를 헐값에 팔면 현지에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커피공장에서 값싼 임금으로 가공을 하여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의 이윤을 더하여 장사를 하지요. 커피 때문에 포기한 곡물을 다시 수입해야 하는데 값은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원산지 대부분의 현실이예요.

   
                                  ▲사진 고태환
자국의 사회운동가들은 지금이라도 커피 대신 곡물을 심어야 한다고 계몽을 해보지만, 커피를 심었던 땅에서는 곡물소출이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 땅이 산성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꾸준히 애를 써서 토양을 바꾸어야 하는데,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애써 바꿔 심은 농작물을 뽑아내 버리고 다시 커피를 심어버리고 맙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 빈곤과 굶주림의 주된 원인이지요. 그런 커피를 아무 생각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다른 이가 마시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저는 못 마시겠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공정무역」이 주도하여 중간 유통을 없애고 원산지에서 높은 가격에 알커피를 사주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만,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그래도 그런 「착한소비」운동에 동참해 보고 싶으시다면 「공정무역」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커피를 사시면 됩니다. 「히말라야의 향기」라는 커피나 「네팔커피」, 혹은 「동티모르커피」등이 시중에 나와 있으니까요.”

그래도 내 주변의 사람들은 참 착하고 너그럽다. 아니 내게는 한없이 너그럽게 대해주는 것 같다. 먹는 것 앞에서 그런 맛 떨어지는 얘기를 하면 왕따를 시키거나 짜증을 낼만도 하건만 대부분 잘 받아들인다. 심지어 마시던 커피를 버리고 다른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아무리 옳은 생각이라고 해도 남의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것은 복음(기쁜 소식)이 아니다. 또한 내가 안마시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손님을 맞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꼭 대신하는 다른 차를 따로 배려해야 했기에 그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바꿀 수 있으면 된다. 어딜 가나 커피가 일반적이라면 하루 한 두잔 쯤은 편하게 마셔두자. 잠을 좀 설치거나 빈속이어서 위장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길게 보면 파킨슨병이나 암, 당뇨나 심장병에까지 도움이 된다지 않는가? 운전대에만 앉으면 졸음을 참지 못해 인사불성이 될 일이 아니라, 고집을 버리고 커피를 마셔서 잠깐이라도 뇌를 각성시키자. 대신 너무 많이 마시거나 중독 되지만 말자. 
   
 

 

 

 

   
▲사진 고태환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어지고 완고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나를 바꾸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자.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어른에 비해 어린아이의 생존가능성이 훨씬 높다.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모두 죽고 세 살 어린애만 살아났던 일을 상기해 보면 된다. 또한 개미는 자기 몸의 수백 배 혹은 수천 배 높이에서 떨어져도 살 수 있다. 반면 사람은 두세 배 혹은 서너 배 높이에서 떨어져도 죽거나 치명상을 입는다. 사람은, 특별히 아이보다 어른은 죽지 않기 위해 온 몸이 경직되기에 땅에 떨어졌을 때 마찰이나 충격이 극대화되지만, 그런 생각이 없는 아기나 곤충은 경직되지 않은 채 떨어지기에 충격이 최소화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죽게 될 것이라는 성경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고집이 세거나 완고한 것은 굳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의 끝은 죽음이다. 그러므로 굳거나 딱딱한 것, 다시 말하자면 고집이 세거나 완고한 것은 죽음에 가깝고,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생명에 가깝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순전히 나의 몫이다.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 나이 든 사람이 지닌 고집과 완고함을 버리고 나를 바꾸는 일임을 못 알아차린 니고데모의 변을 상기할 일이다.

영생의 본디말인 희랍어 ‘아이오니오스 조에’를 직역하면 새로운 시대의 삶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이란 ‘죽지 않고 사는 것’이라거나 ‘몸은 죽어도 영혼은 사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면, 맘만 먹으면 나를 바꾸어 1분 1초 혹은 하루나 일년 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서도 영생을 누리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싶다. 아니 지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영생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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