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法법은 죽었는가? /청하

concert1940 2008. 6. 30. 17:52
法법은 죽었는가?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광화문, 법은 죽었다.”(조선일보 6.26)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정말로 법은 죽었는가?, 6월 25일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가 대한문 앞에서 촛불 시위를 하고 청와대로 간다고 세종로로 몰려들었다. 경찰이 버스로 만든 차단벽을 쌓고 막아서자 밧줄로 버스를 끌어내고, 차에 방화하려다 잡힌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리창을 부수고 거의 난동에 가까운 수준의 과격 시위가 벌어졌다. 교통은 엉망이 되었고 시민의 불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완전 불법이고, 무법이었다. 시위대가 내지르는 함성과 물대포를 맞고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가 합쳐져 이순신 동상마저 흔들릴 것 같았는데 경찰과 시위대가 맞붙어 싸우듯 뒤엉킨 것은 아무래도 법이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런 꼴을 보고 신문 기사도 ‘법은 죽었다’란 제목을 달았겠지만 한심한 작태였다.



출범 3개월이 조금 넘은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 인사, 영어 몰입교육, 그리고 쇠고기 협상으로 지지도가 바닥을 쳤지만 그래도 나라에는 경찰도 있고 법도 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한 밤 중에 청와대에 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불과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데모한다고 무너지는 정부라면 말없는 다수는 어떻게 생업을 유지해 나가겠는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이명박 정부다. 그들이 빌미를 주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에 까지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훈 통상본부장이 미국에 가서 추가협상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신문에 광고하는 여유를 가졌다면 결자해지의 원칙대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 뒤에 서 있고 나머지 사람들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



쇠고기 시위대도 이제 자제를 해야 한다. 유모차가 안 보이고 초등학생이 안 보이는 것만 보아도 알만하다. 사태는 이런데도 데모로 날을 새우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깃발을 들고 나서는 것은 쇠고기와는 뜻이 다른 것 같다.



지난 6월 10일, 육십항쟁을 기념하는 촛불시위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그 날 필자는 밤 기차를 타고 열 한 시 반에 서울역에 내렸다. 광화문에서 극렬한 데모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택시가 갈 수 없다고 해서 시청앞에서 내려 세종문화회관까지 걸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플랙카드를 만드는 사람들,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 이곳저곳에 모여 앉아 깡통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거의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에 당도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참으로 못 볼 일들을 겪었다.



금강제화점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전경 버스가 가로막고 한 사람 정도 통행할만한 틈이 있었다. 필자는 그곳을 통하여 나가려는데 30대 여인이 전경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야 경찰 새끼야, 너네 대가리는 이것 밖에 안돼? 사람이 어떻게 통행하라는 거야.”



이 소리를 듣고 있던 전경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데모 진압도 사람을 다니게 하고서 해야 할 일 아냐”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젊은 여인은 경찰에 대하여 몹시 언짢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의 옆에서 버스 사이로 난 틈으로 빠져 나가려는 한 여인이 “왜 이게 저들의 잘못이야, 한 밤 중에 청와대로 간다니까 그렇지.” 이렇게 전경들에게 보탬이 되는 말을 해도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자, 이쯤 되면 어느 쪽의 잘못인가? 한 밤 중에 청와대로 간다는 사람들을 막는게 잘못인가, 아니면 그대로 놔두는게 잘하는 일인가, 법은 어디로 갔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체재를 부정하는 시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찰 당국도 불법 시위는 엄단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불법, 무법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나 경찰의 말도 가볍게 알고 도로를 점거하고 전경 버스를 끌어내는 시위대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런 불법사태가 50일이 넘게 벌어져도 국회의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시위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의정치를 부인하는 그들에게 박수치는 국회의원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대중주의에 휘말려 본분을 잊었다는 생각을 빨리 가져야 한다.



법이 무너지는 나라, 직업 데모꾼들이 모여 법을 어겨도 그대로 놔두는 나라의 장래는 답답하고 어둡기만 하다. 그리고 이 정부는 청와대만 지키는 일로 쇠고기 데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밤마다 무법천지가 되는 광화문 지역을 언제 법으로 다스릴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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