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쑥 / 강중구

concert1940 2008. 7. 1. 18:02
고희를 맞은 내가 누님이랑 어릴 때 쑥 캐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쑥을 뜯는다. 큰형님 기일을 맞아 고향을 찾은 남매가 부모님과 형님의 산소에 성묘를 하고 오다가 산골짜기에 있는 쑥이 하도 좋아서 뜯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남매가 이렇게 쑥을 캐는 것은 몇 년 전부터이다. 그 어느 해 초여름, 전라북도 운장산으로 등산을 갔던 나는 산골짜기를 내려오다가 탐스럽게 자란 쑥을 보았다. 그래서 한 배낭 뜯어오기는 했지만 국을 끓여 먹기에는 너무 늦어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술읊 담아본 것이 적중해서 그 다음부터는 해마다 쑥을 뜯어 술을 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위장이 약해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소화제를 사먹고 병원에도 다니다가 어느 날 의사의 권고로 막걸리를 반주로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 불편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등산길에 우연히 뜯어온 쑥으로 술을 담아 먹어보니 맛도 좋거니와 속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부터 쑥으로 술을 담아 먹게 되었고 요즘도 반주로 쑥으로 담은 술을 먹고 있다.

쑥은 마늘과 함께 일찍부터 우리 역사에 등장하고 있다.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천부인 3개와 3,000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고 인간을 다스렸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찾아와 인간이 되기를 원하므로 환웅은 쑥 한줌과 마늘 20알을 주면서 그것을 먹고 100일 동안 굴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범은 그동안을 참지 못하고 굴을 뛰쳐나갔고 곰은 삼칠일 만에 여자 몸을 탄 인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곰은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바로 단군 왕검이다. 우리나라 건국설화를 <삼국유사>에서는 이렇게 기록해두고 있다.

쑥은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른 봄에 돋아나는 어린 쑥으로 쑥국을 끓여 먹으면 은은한 향내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떡을 할 때 쑥을 넣어서 쑥떡을 만들어 먹어도 좋고 흉년이 들면 쑥으로 쑥밥을 해 먹기도 한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때 누나를 따라서 쑥을 많이 캐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오면 양지바른 언덕에 파릇파릇 새 쑥이 돋아났다. 그러면 누나는 동무들과 대바구니 들고 쑥을 캐러 나서고 나도 누나 따라 쑥 캐러 다녔다.

쑥은 양지바른 언덕에 일찍 돋아났다. 새로 난 쑥은 하도 작아서 보일 듯 말 듯 하지마는 하나 둘 캐어서 바구니에 담다보면 어느덧 바구니가 가득하고 그러면 누나랑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쑥은 마늘, 당근과 함께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쑥은 5월 단오 전후에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그늘에 말린 것이 약애(藥艾)라 하여 가장 효과가 좋은데 이것은 속을 덥게 하고 복통과 토사나 지혈제로 쓰며, 냉(冷)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빈혈 등에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소염성 이담제로 발열과 황달에 특효가 있으며 변비에 좋고 속을 편하게 해 준다. 약간 다친 상처에는 즙을 내어 바르고 잎의 흰 털을 모아서 뜸을 뜬다. 단오에 말린 쑥을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집안에 걸어두기도 하고 여름철에 말린 쑥을 화롯불에 태워서 모기나 벌레를 쫓기도 한다. 이처럼 쑥은 약방의 감초처럼 쓰임새가 많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스티렌은 동아제약이 개발한 신약 1호이다. 위염치료제인 이 약은 처방전이 필요한 국산 전문의약품 중 판매 1위이고, 다국적 제약사 약품을 포함한 국내 전체 처방약시장에서도 3위이다.

동아제약이 2002년에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약은 주성분을 우리 한방에서 흔히 사용해온 쑥에서 추출한 것이다. 스티렌은 위의 방어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점막 재생작용을 촉진하여 위염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발률을 낮추는 효능을 지니고 있어서 앞으로 전망이 매우 밝다.

그런데 나는 이런 쑥으로 술을 담아먹는다. 초여름 깊은 산속에 웃자란 쑥을 윗부분만 베어서 독에 담고 감초 한줌을 넣은 후 소주를 부어서 술을 담아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담은 술은 향내가 좋아서 마시기가 좋고 쑥에 함유된 여러 가지 약리적인 성분 때문에 건위제로 효과가 잦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나는 요즘 쑥 애호가이자 예찬가가 되어서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쑥으로 담은 술을 권하고 있다. 그랬더니 내 주위에는 쑥으로 술을 담아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나를 쑥 도사쯤으로 알고 이런저런 것을 물어오고 있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나는 요즘 쑥술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서 담기 쉽고 건강에도 좋은 쑥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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