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이팝나무/이상덕

concert1940 2009. 5. 5. 20:25


       

       

       

       

      이팝나무/ 이 상덕

       

      오월 거리에 이팝나무 꽃 피거던

      光州의 오월을 생각해 주세요.

       

      그 때는

      天倫을 져버린 부랑아로 내몰았었고

      理念의 경계선 밖으로 정의마저 숨겼었지만

       

      무등산의 정기는

      일찍기 거짓과 통정을 거부한 지라

      오월 꽃향기 뒤로한 성난파도는

      그 날에

      대지의 열기마저 섭리에 맞지 않아

      추운 싸락눈 온 누리에 허옇게 쌓였다오.

       

      지구 저 건너

      어느 혹성에서도

      이런 비극이 없었노라

      이팝나무 한 그루로 이 땅을 기억한 어린 왕자도

      그 꽃이 싸락눈의 슬픔인 줄 예전엔 차마 몰랐으리라.

       

      송이

      송이

      허옇게 맺혀있는 저 눈꽃송이는

      총구 앞에 민주주의를 육신으로 통곡하다

      눈시울 채 닦지도 못 하고 총탄에 쓰러져 간

      망월동의 참혹한 무덤, 무덤...

      지금은 고요한 언어 이지만

      순교의 넋으로 허옇게 지피신 이 땅의 불사조임을

      민족이여 영원히 기억해 주소.

       

                   0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