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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이 상덕
오월 거리에 이팝나무 꽃 피거던 光州의 오월을 생각해 주세요.
그 때는 天倫을 져버린 부랑아로 내몰았었고 理念의 경계선 밖으로 정의마저 숨겼었지만
무등산의 정기는 일찍기 거짓과 통정을 거부한 지라 오월 꽃향기 뒤로한 성난파도는 그 날에 대지의 열기마저 섭리에 맞지 않아 추운 싸락눈 온 누리에 허옇게 쌓였다오.
지구 저 건너 어느 혹성에서도 이런 비극이 없었노라 이팝나무 한 그루로 이 땅을 기억한 어린 왕자도 그 꽃이 싸락눈의 슬픔인 줄 예전엔 차마 몰랐으리라.
송이 송이 허옇게 맺혀있는 저 눈꽃송이는 총구 앞에 민주주의를 육신으로 통곡하다 눈시울 채 닦지도 못 하고 총탄에 쓰러져 간 망월동의 참혹한 무덤, 무덤... 지금은 고요한 언어 이지만 순교의 넋으로 허옇게 지피신 이 땅의 불사조임을 민족이여 영원히 기억해 주소.
090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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