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들꽃 하나 피어있고 / 홍애자

concert1940 2009. 7. 21. 10:26


들꽃 하나 피어있고

 

큰 아이 뒷산에 잠재우고

할머니 두렁치마 폭에

서리서리 눈물 감추며

한 뜸 두 뜸 한 뜨던 어머니

 

흰 달이 덩그렁

큰 아이 닮은 별들이 눈을 뜨면

돌아앉아 몰래 울던 어머니

 

소쩍이가 울고

어머니가 떠나던 날

짚신 한 켤레 밥 한 덩이 엎어놓고

먼 길 보내던 그날에야

 

시린 바람 피해

어머니 젖무덤에 얼굴 묻으니

어느 새 촉촉한 꽃밭은 사라지고

들꽃 하나

황폐한 골짝 사이에 피어 있고

 

어머니 냄새가

바람에 흩날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