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위에 눕다
단풍잎이 꽃보다 아름답다.
이럴 때, 그 사람이 그립다.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함께 걷던 그 사람,
그 사람과 나는 은행잎이 두뚬하게 깔린 길을 알고 있었다.
아카시아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길도 우리만 알고 있었다.
문득 외로움을 느낄때 언제나 전화를 해서 만나던 그 사람,
삶의 질곡에서 헤매일 때면 따듯한 차가 되어주던 그 사람,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내 곁에 있어주면 행복했던 그 사람,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함께 행복하고 싶은 그 사람,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던 그 사람이 보고싶다.
예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았지만
순하고 착하고 포근했던 그 사람, 그사람이 보고싶다.
고향같고 누님같고 어머니같았던 그 사람, 그사람이 그립다.
1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 1년이 지나면 잊을 수 있고,
10년동안 사랑했던 사람 10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다는데
10년 동안 사랑하고 헤여진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그 사람이 지금껏 하나도 하나도 잊어지지 않는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더 괴롭다.
나는 그 사람이 아무리 보고 싶고 만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그사람 행복이 다칠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사랑한다기 보다는 정이 많이 들었다'고.
그래, 우리 정이 많이 들었지...
우리 애당초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 저세상에라도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더 타오를 수 없이 붉고 아름다운 단풍,
노란 색 아름다운 은행나무 잎새들이 나를 쓸쓸하게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에 나 혼자인 것이 슬프다.
스산한 바람 속에 그 사람을 느끼며 떨어진 은행잎 위에 눕는다.
글/다비드
음악/Einsamer Hirte (외로운 양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