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콘트라바스의 슬픔

concert1940 2008. 5. 5. 10:38
콘트라바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큰 덩치에 두 눈은 멀뚱멀뚱

찬란한 조명 아래 스타는 따로 있고

나는 그저 곁눈질만 하고 섰다



부서지는 박수소리

귓전을 때리면

두 어깨는 힘을 잃고

뒤뚱뒤뚱 퇴장을 해야하는

과묵 하나뿐인 한심한 너

정신을 차려라

그래도



광란하는 관악소리 뒤끝을

푸짐하고 훈훈한 두 팔로 감싸안아

뒷전에서 외로워하던 나답지 않게

의젓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다

비록

그대들은 눈조차 돌리지 않지만

나는 묵묵히 둔탁한 목소리로

너희를 끌어안는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그늘 밑에 서 있지만

그대들을 받쳐주는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알까

무던히 그날을 바래

육중한 몸을 지탱하며

참고 또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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