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들이 내 딸이에요

오공주 집

concert1940 2008. 11. 20. 08:48
오 공주 집


큰애가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왔다.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질 않는다.
연습을 해야지. 진선아, 어서 문 열어.
내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 방에서 꼼짝도 않는다. 셋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학교에서 친구들이 오 공주집 딸이라고 놀렸대.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가엾은 놈, 얼마나 속이 상하면 저럴까.
넷째 윤정이가 입방정을 떨어서 다섯째 딸을 낳은 것은 아닌데,
어린 마음에는 넷째가 그런 말을 해서 엄마가 또 딸을 낳을 줄 아는 모양이다.
그 날 저녁 나는 큰애가 쓴 작문을 읽게 되었다.
󰡒우리 집에는 나까지 딸이 다섯입니다.
그래서 머리카락도 많이 떨어지고 싸움도 많이 합니다.
학교에 갈 때면 나는 동생들 뒤에서 걸어갑니다.
아줌마들이 오 공주라고 하면 속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경희 교지에 실린 <사내 동생이 있었으면>이라는 제목의 한 구절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어미로서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쟤들이 내 딸이에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셋째의 출범  (0) 2008.11.20
즐거운 비명  (0) 2008.11.20
또 딸이 들었어요  (0) 2008.11.20
교수에게 입문 하던 날  (0) 2008.11.19
나의 욕심  (0)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