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비련에 젖고 싶은가
가녀린 줄기끝에 툭툭 터져서
낭자하게 흐르는
저 계곡의 붉은 꽃처럼
울고 싶은가
그대도 들끓는 사랑이고 싶은가
푹풍이 스치고 간 계절의 끝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위해
단비(斷譬)하듯 피를 흘리는
연모이고 싶은가
스님을 사랑한 처녀의 넋이라고도 하고
횃불을 들고 돌부처앞에 섰던
동학의 함성이었다고도 하고
불갑산 골짜기로 쫓겨와 생매장당한
산사람들의 비명이었다고도 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골짜기에 이르렀나니
그대는 정녕
기다리기 위해 피는 꽃인가
자진하기 위해 피는 꽃인가
돌아서면 등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
평생을 가도 만날 수 없는 운명을
이별이 아닌 채로 피었다 져야 하는
그리움을
그대는 짐작이나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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