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얀 헨드릭 레오폴드의 시세계

concert1940 2014. 1. 31. 09:49

네델란드 시인
얀 헨드릭 레오폴드의 시세계

- 네델란드인이 본 한국문학 -

                     세바스티안 콥스 (Sebastiaan Coops (네델란드)
                          영문번역 : 신동재 (시인)

   나의 연구 분야인 역사에는 세계사의 위대한 발전이 있습니다. 그것은 비서양사에 서양사와 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많은 유럽인의 시각을 넓히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서양사는 여전히 유럽 학자들에게 많은 의문점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유럽에는, 세계사에 대해 '위대한 중심 유럽'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비서양사에 대한 무지함으로 인해 여전히 서구의 우월성을 오만하게 주장하는 것이지요. 지식의 무지를 보충해 나가는 것은 서양 학자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한 가지 목표입니다. 나의 이 글은 아시아 역사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키고, 한국사(조선사)에 대한 글쓰기를 높이려는 뜻도 있습니다.
   나는 서양과 비서양 세계 사이의 접촉에 대해 읽으면서 나 자신 유럽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나는 이미 헨드릭 하멜(1630-1690)과 그의 저술들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헨드릭 하멜은 저와 같은 네덜란드 사람이었고, 자신이 13년간 머물렀던 한국(조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했던 첫 번째 유럽인이었습니다. 이 작업에서 하멜은 나에게 한국시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는 조선의 왕 효종(1619-1659)에 대해 썼고, 효종이 왜 하멜을 일본으로 가지 못하게 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waert gij vogels soo mocht gij daer nae toe vliegen”
   (만약 네가 새들이었다면, 너희들은 멀리 날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젊은 시인 신동재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김소월의 시들과 최선겸 씨가 영어로 번역한『윤동주 시집』을 보내주었습니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이 시들은 때때로 충격을 안겨주었고, 한국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행복이란 측면에서, 윤동주는 산상수훈을 역설적인 방법으로 패러디하였습니다(윤동주의 시'팔복'). 내 개인 의견으로, 그는 마치 한국인들이 서양사를 꿰뚫어 보았던 지적인 방법으로 기독교 문화를 꿰뚫어 봤습니다.
   나의 한국사에 대한 에세이들에 대해, 이른바 독일어로 ‘시대정신'(Zeitgeist)라고 불리는 당대의 정신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해 한국시를 사용하길 좋아합니다. 내가 한국을 일본이 강점했던 시기에 대해 글을 적을 때, 매천 황현의 절명시를 실었습니다. 이 시는 내용의 무거운 중압감과 황현 시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매우 특별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나는 신동재 씨와 네덜란드 시, 특히 <문학의강>에 투고하고자 하는 J. H. 레오폴드(1865-1925)의 시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창작 활동과 레오폴드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J. H. 레오폴드는 가장 전설적이고 신화적인 네덜란드 시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많은 주요 네덜란드 시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그는 고전주의자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미아둠 고등학교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바깥세상과는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이런 삶의 태도로는 작품에도 <레오폴드 기념비, 로테르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편으로 일관되고 형이상학적인 바람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열려있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레오폴드는 부드럽고 유창한 선율과 듣기 좋은 음조, 친밀한 느낌을 지닌 노래 같은 시를 쓰는 작가였습니다.

     내 오래된 집 옆에 선 포플러 나무들

     '나의 사랑, 나의 사랑이 있었던 곳'

     젖은 물집들의 작은 길이 떨어져서 온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서로 듣는다.
     '나의 사랑, 나의 사랑이 머물렀던 곳'
     그리고 계속해서 
     슬픔의 밖에서, 바람은 멈춘다.

     이 집은 비어 있고 어둠으로 차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사랑이 있었던 곳 
     속삼임은
     다락방 위에, 지붕 위에.

     살아있는 것이 몸을 숙이고
     나의 사랑, 나의 사랑이 머물렀던 곳
     평온함과 쉼을 찾을 수 없을
     공허한 눈들과 함께.

   여기서 역설을 봅니다. 이 시의 색깔은 회색에서 시작합니다. 비가 오고 있고, 공허한 눈의 한 늙은 남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이 시의 한편에서는 주된 운율과 함께, 행복하고 역동적인 스타카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거의 노래와 같습니다. 마치 노래들처럼, 여러분은 후렴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mijn lief, mijn lief, o waar gebleven', 즉 "나의 사랑, 오 나의 사랑이 있었던 곳"과 같은 구절을 말이지요. 공허함, 상실, 그리고 가을이 찾아온 것은 이 시에서는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건 설명되는 방식이 아닌 보여지는 방식을 통한 것입니다. 이 시는 소리들에 대한 것입니다. 이 시에 나오는 단어들과 듣는 것과 죽어가는 것과 속삭임 때문입니다. 바람은 들으려고 아래로 떨어집니다. 비가 슬프게 노래하고, 다락방도 위태롭게 노래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집 주인을 만납니다. 그는 레오폴드 자신인 것처럼 보이는데, "내 집 옆에"라는 시의 첫 구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외로운 생각을 전달하면서도 자기를 찾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유일한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시에서 남겨진 인상은 "나의 사랑, 나의 사랑이 있었던 곳"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집을 통과해 걷는 한 남자입니다.
   레오폴드는 네덜란드어로 Morgen, '아침'에 대한 환상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한 비행기가 빙빙 돌고 있다
     열린 하늘을 통과하여 그녀의 위로

   그리고 네덜란드어로 Voor Donker Ogen '어두운 눈동자 앞에'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비가 떨리고 있다.

     비치는 것, 비치는 것 너머

   환상이 큰 역할을 하는 이 시들은 마을 속을 떠납니다. 그러나 어떤 역동적인 힘을 일으킵니다.

나의 재물과 느림의 황금 안개 같은
그 아침이 물속을 헤쳐 가는 본다.
옷가지들의 부서진 망과
다툼 안에서 지금
손가락들은 서로 배배 꼬였고, 손가락들은 쓸어냈다
미친 듯이 몰려오는 것을 통과하여
해어져라. 옷가지들을 묶어라.
우주 안에 떠올라라.
그들을 솟아오르게 해라, 지금
그 수면 커튼을
보라, 보라. 그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힘없는 물줄기
크고 한숨 쉬는 폭포
무엇이 창조되었던 것을 넘쳐나게 하고
익사시키고, 계곡으로 운반되게 하는가.
관통한다, 빛의 바다
있고, 있었고, 있을 것이다.
72 ∙ <문학의강> 제3호
모든 것에 그늘을 드리운
어머니와 같았던 어둠의 사다리.

   레오폴드는 중동 지역 시들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4행시를 몇몇 부분에서 더 완전하게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에피쿠로스의 작품을 번역했습니다. 동료 네이호프(Nijhof)는 그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정했습니다. 결국 받지는 못했지만요. 그의 시 스타일은 상징주의적 요소, 고대의 그리스 로마 요소를 갖고 있지만 그러나 역시 근대적입니다.
   바라건대, 나는 독자들께 이 네덜란드 시인에 대한 흥미를 일으킬 수 있길 희망합니다. 레오폴드에 대해 더 읽기를 바라시는 분들께는 그의 작품이 독일어, 영어, 헝가리어, 스웨덴어, 루마니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번역돼 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 J. H. 레오폴드 (Jan Hendrik Leopold, 1865~1924) 연보
1865년 5월 11알 네덜란드 남부의 스헤르토헨보스에서 장남으로 출생, 아버지 마르티누스 레오폴드(1830-1905)는 대학         교수, 어머니 안나 엘리자베스 플라트(1841-1915)는 여행작가
1883년 명문 대학인 라이덴 대학교에서 고전주의 예술을 공부
1889년 고전주의 예술박사, 그리스의 사랑 노래들을 출판, 교수로 근무
1890년 2달간 이탈리아 여행
1893년 로테르담의 에라스미안 고등학교의 고전어 교사, 예술단체 총무,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클럽 <스피노자

       의 집> 경영 멤버
1900년 네덜란드의 국립 신문인 NRC에 "Nabetrachtingen van eenconcertganger“ 발표
1902년 스피노자에 대한 저작들 출판, 네덜란드 알프스 모임의 멤버
1905년 예술단체 회원
1907년 클럽 <스피노자의 집> 경영 멤버
1908년 작품『마르쿠스 안토니우스』번역본 출간
1911년 네덜란드 문학협회 멤버
1912년 첫 작품집『Verzen』출간
1916년 시작품『Cheops』출간, 영화작품『Vasantasena』각색
1918년 로테르담 대학에서 그리스 비극 강좌 맡음
1924년 『Oostersch』출간, 건강 악화로 명예퇴직, 6월 21일 흉막염으로 사망.

◉ 레오폴드의 주요 시작품들
   Verzen (1913), Cheops (1916), Verzen (1920),
   Oostersch (1924), Verzen (1951) 등.
◉ 레오폴드의 저서들
   Studia Peerlkampiana (1892)
   Ad Spinozae opera posthuma (1902)
   Stoïsche wijsheid (1904)
   M. Antonius Imperator Ad se ipsum (1908)
   Uit den tuin van Epicurus (1910)
   Verzen (1913) Cheops (1916)
   Verzen (alleen scans beschikbaar) (1920)
   Oostersch (1924) Verzen (1951, 사후 발간)

* 필자 : 세바스티안 콥스 (Sebastiaan Coops)
   1993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출생, 현재 네덜란드 국립 흐로닝언 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재학, 한국역사, 한국문학과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 번역된 김소월과 윤동주, 이성복, 매천 황현의 시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음.
* 번역자 : 신동재
   1987년 대구 출생,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국어교육과 졸업, 2007년부터 시창작, 2013년 제1회 <문학의강> 신인상 시부문 등단, 2011년에 세바스티안 콥스를 통해 J. H. 레오폴드를 알고, 한국어 위키백과에 이 시인에 대한 항목을 신설 작성

 

* 레오폴드의 시작품 5편이 네델란드어 원문과 함께 <문학의강> 제3호(2013.11.1.)에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