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봄 /유안진

concert1940 2014. 6. 16. 08:56

                       

 

 

 

유안진

 

 

저 쉬임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흘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 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 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 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랭이야, 어찔 셈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런 움집에서 따순 손 길이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곡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버꾹뻐꾹 사랑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쳐도 덩달아 어깨춤 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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