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샘

바람 앞에서 / 문효치

concert1940 2014. 8. 18. 09:39

바람 앞에서 /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해 어스름, 구름 뜨는 언덕에

너를 기다려 서겠노라.

잎 트는 산가(山家), 옹달샘 퍼내가는 바람아. 

 

알록알록 색실 내어

앞산 바위나 친친 감고

댓가지 풀잎에 피리 부는 바람아. 

  

꿈꾸는 이파리의 아우성을

하늘에 대어 불어놓고

보일 듯 말 듯 그림 그리어

강물에 풀어가는 색(色)바람아. 

 

감기어라 바람아, 끝의 한 오라기까지와

기다리며 굳은 모가지에 휘감겨

네 부는 가락에 핏자죽을 쏟아 놓아라.

 

허물리는 살빛을 

색(色)바람아 감고 돌아

네 빛 중(中) 진한 빛의

뜨는 달의 눈물을 그려봐라.

 

너를 기다려 어두움에 서겠노라. 

어디선가 맴도는 색(色)바람의 울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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