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목표를 향한 아름다운 질주
‘시간은 창조할 수 있다.’
어느 글에서 읽은 말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과연 시간은 창조될 수 있을까.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이따금 이 말을 떠올려보곤 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대는 과녁을 향해 질주하는 화살처럼 급변하고 그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두드러지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결혼관과 직장 관의 개념은 지극히 발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자신의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 부러운 생각이 든다.
맞벌이 부부의 생활 방식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이나 요 근래에는 ‘따또 부부’라는 또 다른 상큼한 호칭이 들려오고 있다. ‘따로 또 함께’라는 이 말에는 젊은이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개인의 수입이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자유로움, 그 자유로움 속에는 두 사람의 공동 목표를 향한 질주가 있다.
극히 계산적인 듯하나 배려를 잊지 않는 이들 부부들의 지혜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이들은 시간을 아끼고 또 창조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근래 자본주의 사회와 산업사회가 팽배해지면서 참신한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자 가정이라는 작은 둥지에 숨겨질 뻔했던 보석들이다.
완고한 구시대를 거치면서 체험했던 많은 아픔 때문에 나는 현대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와 그들의 사고를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편이다. 지난 십 수년 전만 해도 여성의 지위는 여성 스스로에 의해 비하되었고 남성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오랜 인습에 매여 소극적이고 순종만이 여인의 길이요 부덕으로 생각해온 때문이었다.
내가 일을 했던 60년대는 여성의 존재가 미미한 때였다. 맹렬 여성이 아니고는 남성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나갈 수가 없었다. 직장에서의 여성의 입지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고 대부분 남성들에게 밀려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했기에 결혼을 앞두고 잠시 머물다가는 간이역처럼 직장을 거쳐갔고 결혼 후에는 오로지 시부모와 남편의 뒷바라지에 전력을 기울이며 육아와 살림에 매여 벗어날 줄을 몰랐다.
시대가 변하고 여성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는 남성과 달리 임신과 출산, 육아 문제등이 가로막고 있었다. 바로 이때 그 아내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은 남편이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가사와 육아를 함께 도와주며 여자가 하는 일이어서 아내만이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결혼은 공동생활이 그 첫걸음이요 상호 협력해야 만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예지원’이라는 곳은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성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시부모 섬기기,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되는 법과 예절 법 등을 교육한다. 그러나 이 교육이 어찌하여 여성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부모 사이에서 지혜로운 아들과 남편이 되는 법을 가르쳐야 될 것으로 본다. 타성에 젖은 남존여비 사상을 내세우는 많은 남성들의 의식을 깨우칠 수 있다면 이상적인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부부간에는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할 때 두 사람은 비로소 평등한 관계가 형성된다. 부부는 평생의 벗이라고 했던가. 누가 높고 누가 낮음을 가름한다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내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아 자존심이 상한다면 그 또한 구시대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함이요, 네 것 내 것을 가린다해서 이기주의요 서로간에 사랑이 결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같은 목표를 향해 협동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는 젊은이들이야말로 시간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남편의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내가 있고 아내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하며 협력하는 남편이 있다면 그곳에는 그 부모를 존경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맞벌이나 ‘따또’의 개념이 치부를 떠난,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멋진 가정을 만들어 가는 부부 상으로 뿌리 내릴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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